문학 속에 '한 문장'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온전한 ‘나’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무심코 켜는 화면 너머의 시선들, 대화 속에서 짓는 익숙한 미소 뒤편에는 늘 보이지 않는 관객이 서성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 무의식적인 태도를 향해 냉철한 메스를 들이댑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거짓의 무대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관객이 존재하는 순간 삶은 연극이 되고, 진실해야 할 존재는 '보여주기 위한 배역'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부 7장 중에서
Hell Is Other People / 사르트르

'타인은 지옥이다' - 장 폴 사르트르

군중을 염두에 두는 순간, 우리는 이미 진실의 궤도에서 벗어나 거짓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요. 보이지 않는 관객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자연스러운 숨결이 아니라 잘 짜인 연극의 한 장면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읽다 보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선언,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 / Hell is other people”)와 깊게 닿아 있습니다. 사르트르가 말한 지옥은 단순히 나를 괴롭히는 타인의 악의가 아닙니다. 타인의 눈길이 닿는 찰나, 온전하고 자유롭던 나는 상대방의 잣대에 맞춰 평가받는 '대상'으로 굳어버립니다.

군중의 박수를 바라고 비난을 두려워할수록, 우리는 진짜 나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채 타인이 바라는 배역을 연기하게 됩니다. 결국 타인의 눈동자라는 거울에 나를 맞추느라 본래의 고유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과정입니다.

소설 속 인물 프란츠는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사적인 것과 공개적인 것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꿈꾸었던 '유리 집'을 동경합니다. 안과 밖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유리 집처럼, 모든 것을 세상에 정직하게 드러내는 삶이야말로 위선 없는 진리라고 믿은 것입니다.

'투명함'이 가장 무서운 폭력이다.

그러나 쿤데라는 프란츠의 연인이자 화가인 사비나를 통해 이 순진한 투명성의 폭력을 꿰뚫어 봅니다. 사비나에게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은밀한 영역은 인간 존엄의 최후 보루였습니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다. 또한 그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도 괴물인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부 7장 중에서

사비나가 던진 이 문장은 쿤데라 문학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경구입니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져 만인에게 전시되는 투명함은 결코 자유가 아닙니다. 벽이 사라진 유리 집은 거대한 쇼윈도이자, 군중의 시선 아래 갇히는 영구적인 감옥일 뿐입니다.

내밀성(Privacy)이란 무언가를 음흉하게 감추려는 위선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와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만의 영혼의 피난처'입니다. 그것을 포기하고 군중의 광장에 삶을 헌납한 자는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마지막 터전을 잃고 맙니다.

결국 쿤데라가 묻는 것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독립된 고유한 내밀성을 지키고 있는가'입니다. 진리 속에서 산다는 것은 나를 세상에 생중계하듯 내보이는 투명함이 아닙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도, 어떤 찬사와 비난의 관객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도 오롯이 내 호흡으로 존재할 수 있는 내면의 은신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지울 때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광장으로 나와 자신을 증명하고, 전시하며, 타인의 박수를 구하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군중이라는 환영을 등 뒤로 돌려세울 때, 비로소 무대 분장을 벗겨낸 나의 진짜 얼굴이 거울 속에 비칩니다.

오늘 하루, 내 말과 행동 속에 타인의 시선을 향한 의식이 얼마나 섞여 있었는지 조용히 짚어봅니다. 군중이라는 거대한 허상을 지워낸 그 적막한 자리, 누구에게도 침범받아서는 안 될 나만의 내밀한 방 속에서 비로소 오염되지 않은 온전한 진리가 숨 쉬기 시작합니다.

💬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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